[생각] 2005.02.15 '비'
비 (Rain)
오랜만에 겨울비를 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원래 비를 좋아하는 남자이지만 오렌지 빛 가로등 아래로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는 것은
가끔 순수한 감성이 깊어져서 스스로 분위기를 잡지 않을 수가 없게끔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어린 꼬마 아이였을 무렵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좋아했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반바지에 샌들을 신고 우산을 쓴 채 거리로 나가 조그맣게 빗물이 고여있는 웅덩이가 있으면
그곳을 발로 헤집고 다니는 것을 참 좋아했습니다.
게다가 인도와 차도 사이에 빗물이 고여 있는 배수구 위를 걸어 다니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우산을 쓰고 빗 속을 걷는 걸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스무 살이 되면서 예전처럼 직접 우산을 쓰고 빗속을 걷는 것보다는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저녁에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 창가에 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이나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이렇게 비를 좋아하는 제게도 비를 싫어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사람이 바로 비 오는 날을 싫어하였을 때였습니다.
그 사람을 참 아끼고 좋아했기에 비를 좋아하는 저의 취향도 점점 그 사람에게 맞혀 변해갔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과의 거리가 예전과 같지 않고 멀어지게 되면
조금씩 비를 좋아하는 내 모습이 제 자신을 다시 비추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비에 대해 저의 이야기를 하니 마치 제가 대다한 비 예찬론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에 대한 어떠한 신념과 철학을 가진 그런 사람들처럼 말이에요.
오랜만에 내리는 겨울비도 보고 또 비에 대해 생각하고 글로써 이야기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참 좋은 시간을 가진 것 같습니다.